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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

공계에서 카프리를 마시면

by 플로리안504 2025. 6. 21.

(c) florian_illus

 

아직도 가끔씩 꿈속에서 대학생이 되어

학교후문에서 자취하던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대학생때는 하숙도 아니고 원룸도 아니고

좀 저렴했던 기숙방이라는

곳에서 자주 살았었는데

화장실과 씻는곳이 공용공간이고

복도를 중심으로 방이 대여섯개

있는 그런 시설이었다

아직도 학교근처에 그런시설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돈을 조금 더 주고

원룸으로 이사가는게 꿈일정도로

열악했던 시설이었다

기숙방에서 기숙방으로 이사를 갈때면

동아리방 친구들이 모여 이사를 도와주고

저녁엔 이사한 방에서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더운날 저녁엔 공대계단에 앉아서

시원한 카프리 병맥주를 사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몇시간이고 앉아 있는다

지나가는 친구들이 있으면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눈다

지금도 꿈에선 친구들과 리어카에 짐을 실어

이사를 가곤 한다

그 때 생활이 너무나도 재미가 있었나 보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그때가

가장 즐거웠던 때 였던것 같다

아무런 걱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걱정거리가 생기면

군대를 갔으면 되었기에

그렇게나 걱정이 없었다

꿈에서 공대계단에서 날이 샐때까지 앉아

카프리를 마시고 있으면

 

내가 아는 선후배 친구들 모두가

후문 건널목을 건너와

5호관으로 걸어가면서 인사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