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과 글

아버지의 기타

by 플로리안504 2025. 9. 4.

아버지는 평생 힘든 노동자의 삶을 살았다
 
아침에 일찍 나갔고
나는 저녁 늦게 들어오던 일상이어서
만나기도 힘들었다 
 
가끔 집에서 만나면 낯설기만 했던 
시절이 많았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는 말이 별로 없다 
그래서 혹시나 둘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 
어색하기 짝이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보통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처럼
나역시 그렇게 지내왔다
 
어느날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저녁에 기타를 연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역시 기타를 독학으로 배우고 있던 때 
그 비슷한 시기였을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장에서 
아버지가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나로선 만감을 교차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손기술이 있어서
무언가를 잘 만들기도 했다
 
중학생때 아버지는
나무를 깎아서 본드로 붙인 배를 어항에 담아
TV다이 위에 전시했다
중학생인 내가 봤던 그 작품은 그야말로 
장인의 작품처럼 보였다
 
몇달동안 TV다이에 놓여있다가 
어디론가 없어졌지만 
 
아마도 아버지는 예술가의 기질을 타고 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금 더 나이를 먹고 했었다
그러고보니 아버지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는
할아버지는 시를 짓고 노는 한량으로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아버지의 그림을 본적은 없지만 
분명히 그렸다면 매우 잘 그렸을 것이다
 
나는 그 기질들을 물려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자에게는 기질과는 다른
반대의 환경에서 살아왔던게 확실하다
 
중학교때 그렇게 좋아했던 
케니지의 소프라노 섹소폰 소리가 요즘 귀에 들린다
 
조만간에 나는 섹소폰 불기에 도전해 볼 것이다
 
본인의 기질에 도전하고
펼쳐볼 기회도 가지지 못했던
아버지의 헌신덕분에 
 
나는 수많은 도전을 할 수 있었고
나름 평화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아버지의 헌신덕에 
내 인생의 마지막 장이 아닌
중간쯤에서 어떠한 새로운 도전이라도 할 수 있다
 
나는 아버지에게 매우 감사한다
 

(c)@florian_illus